겨울온실에서 정말 예쁘게 잘 크던 검은눈의 수잔이 제일 추운날 동사했다. 온실온풍기가 말썽을 일으켜 아열대식물들을 몽땅 죽인것이다.
얼어죽은 첫날은 잎줄기가 데쳐져서 나죽었소~하고는 있어도 다시 따뜻한 기운을 받으면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무지한 희망을 못버리고 그냥 두었다. 씨방 몇개가 자라고 있어서 더 그랬던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몰골이 처참해져가서 오늘 드디어 철거를 했다. 지지대도 뽑고 죽은줄기를 거두어내니 수잔네 동네가 깔끔해졌다.
지지대에 칭칭감긴 줄기를 자르며 손에 잡혀지는 씨방을 따로 분리해보니 10여개~
아까워라. 겨울내내 수잔의 검은눈과 눈마주치며 온실들락거리는 재미를 누리고 씨방키워 씨앗을 많이 모으려고 했는데…
검은눈의 수잔 씨앗을 첨으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씨방하나에 네개의 씨앗이…아직 덜 익었을건데 얼어죽은 줄기의 덜익은씨방속의 씨앗도 종자노릇을 할지는 의문이다.
수잔에대한 나의 간절한 소망은 저 씨앗들이 모두 살아있어서 싹이나고 얼어죽은 수잔의 DNA를 보존해주면 좋겠다. 꼭 다시 검은눈의 수잔의 꽃과 만나고 싶다.
습도높은 온실에 있다가 따뜻한 거실로오니 그새 씨방이 말랐는지 딱!소리가나며 씨방이 갈라져서 튀어버렸다. 화분흙위로 튀어가면 회수불가능인데 난감하다.
씨방하나에 네개의 씨앗이 들어있는줄 알았는데 갈라진거보니 씨방하나에 한 알씩만 남았다. 원래 하나인지 튀어서 실종된건지는 모르겠다. 튀지못하게 종이봉투에 담아두었다. 검은눈의 수잔의 귀한 씨앗이다.
'꽃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살리스 미누타 (0) | 2023.01.02 |
---|---|
글라브라 로즈의 개화순간포착 (0) | 2023.01.02 |
2022년의 마지막날 오후를 온실에서 (0) | 2022.12.31 |
칼랑코에 (0) | 2022.12.25 |
사랑초 파라다이스 (3) | 2022.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