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이야기

우리집의 작은 퇴비장

미리샘 2023. 1. 12. 22:07

깜찍사이즈 퇴비장

우리집 청계 세마리는 종일 먹고 종일 똥을 싸댄다. 자면서도 똥을 싸는 닭. 닭의 부산물과 가끔 스타벅스에서 얻어온 커피찌꺼기와 왕겨를 섞어 비닐덮어 삼년을 발효시켰더니 냄새도 안나고 고슬고슬한 퇴비가 되었다. 오늘 처음으로 전량을 온집안 화단에 뿌렸다.
텃밭작물에 주려고 모아왔는데 화단으로 갔으니 꽃들에게 준거다.
옆에 규모가 더 작은 2년된 퇴비장이 하나 더 있고 우리집과 앞산입구로 가는길 경계쯤에 우리집에서나온 꽃대 자른것과 고춧대 등 텃밭부산물을 모아서 발효시키고 있는 퇴비장도 있는데 그건 내가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15바케스 정도를 퍼다 날랐더니 옆구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오른쪽 손목도 아프다.
우리집과 반대로 마당에 잔디만 있는 아랫집 아저씨가 점심식후의 커피인지 찻잔을 들고 마당을돌며 마시고 있을때쯤 오전의 일이 끝났다. 매일 힘들게 쓸데없는일을 만들어서 열심히 일하는 내가 한심해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서 아저씨와 눈을 마주치지않고 일했다.
가끔은 내가 너무 탐욕스러운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누구말대로 송곳꽂을데도 없이 꽃을 심어놓고 들여다보고 가꾸며 새로운 이쁜꽃을보면 또 들이고싶은 욕심이… 그렇지만 다른것에는 욕심이 적거나 없으니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닌걸로 해야겠다.
언젠가 고선생님이 우리집을 둘러보며 종류가 너무 많다며 "다이소" 같다고 한적이 있다. 실은 다이소에도 없는게 있듯이 우리집에는 없는꽃이 더 많은데.…세상에는 예쁜꽃들이 너무나 많다.
이렇게 이것저것 내가 키워보고 싶은것들 심고 키워보고 싶어서 전원으로 왔는데 늙어가니 힘들다. 늙어가서 힘든것보다는 아픈곳이 늘어가니 힘들다.
날씨가 풀려 봄이온 느낌이 강한 따뜻한 겨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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