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가 우는밤에
누워서 이쁜꽃을 피우는 우리집의 용담. 밤이면 가끔씩 부엉이가 마당끝 소나무 숲에서 운다. 낮동안 시끄럽던 까치나 직박구리, 물까치의 울음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무게감 있는 상위포식자다운 소리다. 노천명시인의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시에 나오는 부엉이 우는밤이 외로움과 무슨 연관이람?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진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